기준이랑 보낸 2021년 12월 29일 :) 사실 바로 전날인 28일에도 데이트했다. 종강하고 나니까 그간 밀렸던 만남을 몰아서 하는 느낌이다.
여기에 글을 쓰면 내 블로그 이웃들이나 친구들이 타의적으로 내 소소한 정보를 알게 될 필요가 없을 거라고 생각하며 써 본다. 그동안 쭈욱 블로그에 글을 올려보니 네이버 블로그 특성상 내가 생각하는 범위 이상으로 여러 사람들이 나에 대한 정보를 얻게 되는 것 같다. 그리고 여기는 누가 보는지 기록도 남지 않으니까! 이 공간에서는 원래 내 성격대로 글을 쓸 수 있을 것만 같고 그렇다. 한결 마음이 편안해질듯..?
2021년에는 블로그 써야지 생각하면서도 내가 아는 사람들이 내 일상을 모두 알게 되는 건 싫고 (모르는 사람은 상관없음. 봐도 뭐.. 어디다 쓸 건데) 주기적으로 올려야만 할 것 같은 압박감에도 쓸 내용이 없어서 전전긍긍했다. 조회수가 잘 나오면 잘 나오는대로 광고댓글이 따라 와주고.. 블로그에 포스팅을 올리지 않는데도 하루에 광고 안부글과 댓글을 몇 개나 받는지 모르겠다. 또 사실은 소셜 미디어라는 것 자체에 질렸다. 느림보인 나에게 무언가를 올리면 즉각적인 반응이 따라오는 구조는 불편하다. 여기서는 내 마음대로 올리고 싶을 때, 올리고 싶은 것 올려야지.


생각보다 내 자취방은 광장시장과 가깝다. 오랜만에 광장시장에서 육회를 먹기로 한 날이다 보니 마음이 기대로 부풀어 빨리 나오긴 했다. 기준이 오는 동안 스타벅스 주얼리시티점에 앉아 있기. 1년 전만 해도 카페 들어가서 혼자 앉아있는 일이 참 어려웠는데 지금은 굉장히 쉬운 일이 되어버렸다.
오랜만에 체리퀴리 딤섬팬츠 입고, 오랜만에 휘핑크림 많이 해달라고 주문 넣어봤다. 그랬더니 휘핑크림 정말 많~이 주심.
자리에 앉아서는 '내 나이가 이제 24살이라니...' 생각하며 스타벅스를 들락날락거리는 직장인들을 보며 내가 몇 년 뒤 저들 사이에 낄 수 있을까하는 생각을 해봤다. 내 마음은 아직 21살에 머물러 있다. 22살 1년을 반복적인 영어 공부로 채우고 나니 내 마음은 자라지 못한 것 같다 ㅠ




기준이가 도착하자마자 광장시장 육회 자매집 본점으로 갔더니 브레이크 타임이었다. 이 브레이크 타임은 어디서 굴러 들어온 건지 이제 우리는 얘 때문에 밥을 먹고싶을 때 먹지도 못한다.. 그래서 시장이나 둘러볼까 하며 광장시장 가운데를 중심으로 돌아다녀 봤다. 새로 생긴 광장시장의 365일장이라는 곳 발견! 매대의 상품들이 키치해보여서 들어갔더니 역시나 내 취향 ㅋㅋㅋㅋ
'365일장'이라는 가게 이름은 상설시장인 광장시장을 의미하는 것이겠지? 잘은 모르겠지만 내부에 광장시장 굿즈가 많은 것으로 보아 그런 느낌이었다.


술 못 먹는 알콜쓰레기인 나지만 일단 술 색깔이 예쁘니까 신난다구요 ㅎㅅㅎ 와인 보틀을 살까 하다가 다 못 먹을 것 같아서 플라스틱 잔에 들어 있는 와인 한 잔씩 사왔다.
365일장에서 자체적으로 만들어 파는 음식들도 있는 것 같으니 다음에 한번쯤 가보아도 좋겠다.

요즘 기준이가 내 사진기사로 활약 중이다. 내 사진 찍다보니 기준이의 사진 실력이 늘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여튼 나 찍는 사진 실력으로 다른 사람 찍어주지만 않으면 돼. 암 그렇고말고..
루믹스 lx10 잘 산 것 같다. 가볍고 조그맣고 부담이 없다. 기준이가 조작하기에도 편한 듯.



광장시장에서의 육식 먹부림 ㅋㅋㅋㅋㅋㅋㅋㅋ
기준이랑 나랑 먹는 양이 그~렇게 많지도 않은데 기준이가 육사시미를 꼭 먹고 싶어하는 것 같아서 내가 같이 먹어줬다. 고기빈대떡은 역시 맛있었고 육사시미는 내 취향 아님..! 음식 안 가리고 먹는 편인데 은은하게 올라오는 고기 비린내에 거부감이 들었다. 도축 과정이 연상되기도 했고.. 난 역시 죄책감 없이 먹을 수 있는 양념 친 육회가 좋다고 ㅎㅎ



홍대로 버스타고 가다가 본 전광판의 귀여운 캐릭터. 어떤 캐릭터인지 궁금하다.


인스타그램 본계정에 비니 살까말까 투표를 올렸었는데, 그 결과가 여자친구들은 다 비니 사라고 하고 남자친구들은 다 절레절렠ㅋㅋㅋㅋㅋㅋ 사라고 말라고...?!..!!!!???? 어울리는 것 같으면서도 또 사면 안 쓸 것 같고 참 고민이란 말이야. 그래서 우선 마음에 쏙 드는 비니가 등장할 때까지 계속 비니 써보는 중이다.
어라운드 더 코너에서 발견한 스컬프터 상의는 뭔데 이렇게 쪼그만 건데.. 디자인은 내 마음에 쏙 드는데 사이즈가 크롭을 넘어서서 아동용인 것이 유우머

에이케이몰에서 걷다보니 내 신발에 박혀버린 이 뾰족한 놈은... 나와 기준이의 기분을 상하게 만들었다. 나는 이거 직원에게 가져다주고 알아서 버리게 하고 다른 사람도 피해볼 수 있으니 이런 위험한 것이 굴러다닌다고 알려줘야한다며... 기준이는 이정도 쯤이야 혼자 버릴 수 있다며 뾰족한 곳을 스티커로 감싸서 버리자며....
결국은 기준이가 알아서 저 뾰족한 것들 다 부러트려서 버렸다. 나는 기준이한테 이거 직원한테 버리게 하자고 하면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줄 알았는데, 못 알아 듣더라. 다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건 아니구나 했다. 그거 네가 버리려다가 다치면 어쩌려고 그러는 건데 ㅠ... 나는 내가 위험할 수도 있는 상황이니 다른 사람도 위험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으니까 직원한테 갖다주자고 한건데.. 기준이는 내가 직원한테 따지려고 하는 줄 알고 말린 듯 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ㅠㅠ
버리고 나니까 뭔가... 내가 굽 높은 신발 안 신었으면 저게 발에 박혔다고 상상하게 되어 소름이 끼쳤다.





서피인지 수피인지 에이케이몰 2층 내가 좋아하는 공간. SUPY에 가면 왼쪽이 전시장(?)이고 오른쪽이 매장인데 전시장이 갈 때마다 바뀌어있다. 이번에는 떠그 컨셉인지.. 어떤 굿즈 디자이너의 상품들로 가득 꾸며놓았더라. 문구 편집샵 같은 분위기에 사진을 안 찍을 수 없었다.

굳이 종로에서 홍대로 간 까닭은~?! 바로 르누아즈에 예약한 생토노레퀘백 홀케이크 때문이었다. 이곳은 얼마 전에 발견한 디저트 댕맛집 헉헉.. 외벽에 붙어있는 디저트 사진들이 범상치 않아서 들어간 곳인데 역시 나의 디저트 레이더는 틀리지 않았다. 확실히 디저트에 진심인 곳이었다.


나는 생토노레퀘백 홀케이크 L사이즈(45000)를 주문했다. 정혈 기간이라 디저트를 입에 마구 넣어버리고 싶다고 하니까 기준이가 사줬다 끼양 ㅎㅎ 케이크 DM으로 주문한 날부터 케이크 와구와구 먹어버리겠다고 29일만을 기다렸다...
신년 기념 케이크에 꽂을 초는 노란 오리 모양으로 정했다. 앉아서 크렘누아즈였나.. 크림커피 한 잔씩 하고 홀케이크를 들고 대중교통을 이용해 집 가기. 험난하더라.




어찌저찌 집에 잘 도착하여 케이크부터 구경하고 기준이한테 사진 케이크랑 사진 찍어달라고 했다. 친구랑도 이런 거 안 해봐서 한껏 신나있었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기준아 네가 내 베프야^*^


르누아즈 사장님이 냉장고에 넣어두었다가 좀 차가워지면 먹으라고 하셔서, 케이크가 냉장고에서 차가워지는 동안 나랑 기준이는 스팀 오버쿡드2 멀티 플레이를 했다. 기준이가 갑자기 또 치킨을 먹고 싶대서 DDP 서포터즈에서 받은 기프티콘으로 굽네치킨 시켜먹고.. 배가 꽉찬 상태에서 케이크 촛불 붙이기.
일단 불을 붙이고 사진 빠르게 찍고, 마음 속으로 2022년 소원을 빌었다. 기준이가 오리 머리가 녹는다고 ㅋㅋㅋㅋㅋ 해서 얼른 후 불고 한입 먹었더니,,, 여기가 천국인가... 내가 먹어 본 홀케이크 중에 가장 고급지고 안 질리는 맛이었다. 나의 23.9년 인생을 걸고 이 케이크가 나의 인생 케이크였다...!!!!! 사장님과 파티쉐님 장사하신지 얼마 안 되신 것 같던데 대체 그동안 카페 안 차리고 어떤 일 하셨던 걸까... 문득 궁금해짐.
케이크 좀 먹고 와인 먹어보니 저 왼쪽에 있는 소비뇽은 쓴맛이 강했고 모스카토는 나도 맛있게 먹을 수 있을 만큼 단맛이 강했다. 다음에는 모스카토만 두 잔 먹자 기쥰

다음날. 내 말대로 케이크 나 혼자 다 먹음 ㅋㅋㅋㅋㅋㅋ
아 다 어디 갔는데..

2022년은 임인년이라고 한다. 흑호의 해!
앞으로 있을 나의 24살 12개월..
앞이 깜깜해 쉽지 않겠지만 기죽지 않고 내가 가고싶은 길로 달려나갈 수 있는 힘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