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축적된 문화를 지닌 유일한 생명체로서, 매번 다시 창조하기보다 과거의 유산 위에서 시작할 수 있다. 최근 몇 십 년 동안 우리는 지구가 45억 년 역사에서 경험한 것을 능가하는 수준으로 세계를 바꾸었다. 지구는 지질 시대의 경계를 넘는 중이고, 인간은 그 변화의 주동자이다.
지질학자들은 이 새로운 시대를 사회 부문에서 인류세라는 개념으로 부른다. 인류 그 자체 = 지질 시대를 정의하는 사건들과 맞먹는 지구 물리학적 힘이 되었음을 의미한다. 생물권의 변화와 관련한 모든 사건은 '인간의 영향'이라는 한 가지 공통점으로 연결되었다.
홀로세 : 지구온난화 시대
인류세의 증거 1. 홀로세 평균보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50% 정도 높다.
인간은 자연적 존재이다. 우리는 계속해서 지구를 변화시키는 바람에 지구는 우리의 요구를 점점 맞출 수 없게 되었고, 그 결과 우리는 담수 가용성, 식량 생산, 기후변화 그리고 생태계 서비스(생물권이 우리의 생존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 수행하는 무수히 기능들)의 측면에서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몬트리올 조약 : 오존층 파괴 화학물질을 금지하는 조약
사회 정의를 실현하는 일과 환경을 보호하는 일은 긴밀하게 얽혀 있다. 가난한 사람들이 어떤 방식으로 부자가 되는가가 인류세의 모습을 결정할 것이다. 우리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느냐가 앞으로 인류세의 경로를 결정할 것이다. 관건은 어떻게 하면 인류세의 변화하는 조건 속에서 인류가 처한 환경 문제를 더 악화시키지 않고 목표에 이르느냐이다.
1. 대기
과학자들은 홀로세 표준을 의미하는 ‘정상적인 기후’ 따위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나라가 발전하면 사회가 점점 기술적인 방식, 점점 기계화되고 복잡한 방식으로 돌아가고, 그런 산업을 뒷받침하기 위해 완전히 새로운 일자리들이 생겨난다. 그리고 그런 일의 대부분이 읽고 쓰는 능력과 계산 능력을 요한다. 그것의 시작은 학교 — 즉 읽기와 쓰기, 그리고 인간만이 가진 그 능력에서 돋아나는 자신감과 자의식 — 이다. 교육은 효과적으로 이루어질 때 가난을 탈출하는 교량 역할을 하고, 오늘날 소녀들을 교육시키는 것은 변화를 일으키기 위해 꼭 해야만 하는 일로 인식된다. 교육 받은 여성들은 평균적으로 4년 늦게 결혼하고, 자녀를 적어도 2명 적게 낳고, 가족의 건강을 더 잘 관리한다. 그리고 교육을 받으면 그 사람의 소득만 높아지는 것이 아니라 마을의 평균 소득도 높아진다. “여자아이를 교육하는 것은 한 나라를 교육하는 것과 같습니다.”
인터넷이 있는 한 우리는 몇몇이서 끼리끼리 협력하는 소수의 개인이 아니다. 우리는 더 크고 아름다운 생명체이다. 우리는 인류가 하나의 유기체처럼 행동하는 ‘호모 옴니스(homo omnis)’이다. 우리는 멀리 사는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모든 사람과 동시에 소통할 수 있다. 인류세로 접어들면 휴대폰이 시장도 민주화할 것이다.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가난한 세계의 이용자들은 이렇게 인류의 집단적 대화에 참여함으로써 부, 지리적 공간, 계급, 성처럼 예로부터 인간을 억압했던 기제의 제약을 초월하여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온라인 정보, 교육, 통신, 시장의 민주화는 인류세가 더 평등한 지구촌 사회를 건설할 잠재력을 지니고 있음을 의미한다. 인류세가 시작되는 지금 인류의 삶이 개선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징후들이 이미 존재한다. ‘실패한 국가들’은 줄었고, 어느 정도까지 민주주의를 시행하는 나라들이 증가했으며, 몇 십 년 전하고만 비교해도 전 세계적으로 덜 가난해졌다.
중국은 유럽의 사례를 따라 더러운 산업을 베이징과 상하이 같은 부유한 도시들에서 내륙의 덜 개발된 중부와 서부 지역, 그리고 인도네시아 같은 더 가난한 나라들로 아웃소싱하고 있다. 그렇게 함으로써 중국의 공기 질은 유럽의 경우처럼 개선되겠지만 개발도상국들의 대기질은 더 나빠질 것이다.
2. 산
홀로세 동안에도 전 세계 빙하들이 기후나 강수량의 변화에 따라 요동쳤지만, 최근 몇 십 년 동안 해빙은 더 빠르고 전 지구적으로 진행되었다.
인간이 유발한 지구온난화에 잃어버린 빙하를 재창조하는 것은 고산 지역 사람들이 직면한 아주 실질적 문제를 해결하는 창의적 해법이다. 안데스 산맥을 하얀 페인트로 칠해 온도를 떨어트려 냉기로 빙하를 만드는 방법, 거울을 통해 햇빛이 대기에 들어오기도 전에 반사시키는 방법, 공기 중 부유 입자들로 대기를 채워 햇빛을 가리는 방법 등 여러 방법이 거론되었다.
인류세에 인간이 일으킨 산의 변화들은 주로 기온이나 강수의 변화에 의해 초래되었다. 우리가 지구 온도를 평균 2도 내지 4도, 심지어는 6도까지 올려도, 우리 종의 진취적인 구성원들은 틀림없이 성공적으로 적응할 것이다. 문제는 우리가 대기를 온난화시키는 속도가 인간이 적응하기에 너무 빠르다는 것이다. 지구공학자들은 기술의 실전 배치와 관련한 위험을 진지하게 설명하고,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것이 온난화 문제를 다루는 최선의 방법임을 거듭 강조한다. 반사체를 이용하는 것은 매우 실질적이고도 심각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3. 강
인간이 농업, 산업, 에너지 생산을 위해 물을 더 많이 추출한다는 것은 많은 강들이 말라간다는 뜻이다. 한편 마르지 않은 다른 강들은 너무 오염이 심해 사용할 수가 없다.
목이 타는 것은 비단 인간만이 아니다. 모든 종이 물이 필요한데, 세계 곳곳의 생태계가 물 공급 감소로 고통을 겪고 있다. 담수 종의 30%가 현재 멸종 위기에 처해 있는데, 이는 모든 생태계 가운데서 가장 높은 비율이다. 그런데도 강에 대한 우리의 요구는 점점 더 커지기만 한다. 여러 면에서 인류세의 운명은 우리가 강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달려 있다. 강은 이미 많은 지역에서 감정적이고 정치적인 영역이 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수력발전은 매력적인 저탄소 에너지원이다. 날씨가 어떻든 지속적으로 공급할 수 있으며 기반 시설 설치에 드는 값에 비해 효율이 80~90%에 이르기 때문이다. 전세계적으로 전기의 약 20%가 이미 수력에서 생산된다.
이 모든 매력적인 혜택에도 불구하고 댐의 부정적 영향은 만만치 않다. 저수지를 만드는 과정에서 흔히 비옥한 땅이 수몰되고, 때로는 수천 명이 강제 이주를 당한다. 만일 수몰될 지역에 식물이 적절히 제거되지 않을 경우, 그 물질이 썩으면서 메탄 — (100년 이상 가는) 온난화 잠재력이 이산화탄소의 25배인 온실가스 — 이 배출된다. 인류가 배출하는 메탄가스량의 거의 4분의 1이 큰 댐에서 유래한다. 또한 물의 하중은 지진을 일으킬 수 있어서 댐 붕괴와 재앙적 수준의 인명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 댐 하류에서는 습지에 생명을 불어넣고 논을 비옥하게 만드는 자연적인 계절성 홍수가 더 이상 일어나지 않게 된다. 하지만 경제적 이익은 클 것이고, 새로운 저수지는 새 같은 야생동물에게는 천국이 될 수 있으며, 어부들을 위한 새로운 어장과 농민들에게 절실한 농업용수를 안정되게 공급할 수 있다.
지구상의 어떤 계도 진정으로 격리된 것은 없다. 인류세에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지구를 속속들이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지만, 우리가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복합적인지 이제 막 이해하기 시작했다.
아편이 성공한 이유 : 다른 작물에 비해 열악한 토양에서도 잘 자라기 때문.
라오스 정부는 국가의 풍부한 자연 자원을 활용하는 것이 가난한 나라를 신속한 개발로 몰고 갈 것이라고 주장한다. 또한 자급자족 농업을 하던 사람들이 돈을 더 많이 버는 일을 하게 만들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안이 거의 없는 라오스나 칠레 같은 나라에서 에너지를 생산하기 위해 강을 활용하는 것은 사회·환경적 비용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타당한 선택이 될 수 있다. 세계댐위원회(World Commission on Dams)의 상임 고문을 지냈고 지금은 국제환경개발연구소 물 부문을 맡고 있는 제이미 스키너는 댐 건설업자들에게 기간 한정 면허를 발급하는 것이 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세계댐위원회(World Commission on Dams)의 상임 고문을 지냈고 지금은 국제환경개발연구소 물 부문을 맡고 있는 제이미 스키너는 댐 건설업자들에게 기간 한정 면허를 발급하는 것이 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인간은 또한 ‘가상 물’ 거래 — 물을 사용해 생산된 상품과 서비스의 거래 — 를 통해 전 세계에 물을 분배하고 있다. 정부들은 물이 풍부한 외국 땅을 구매하거나 그 물이 사용되는 방식에 주도권을 가지려고 한다. 이런 구매의 전부가 개발도상국에서 발생하고 있고, 그 가운데 대부분이 잘못된 정치, 부정부패, 규제 부재에 처해 있는 데다, 주민들이 자신들의 땅과 자원에 대한 권리를 거의 행사하지 못하는 장소에서 발생하고 있다. 그럼에도 세계의 자연 담수원으로는 모자랄 정도로 인류의 물 수요가 계속 증가하는 지금, 사람들은 앞으로 점점 더 모든 대륙에서 강과 호수를 움직이려고 시도할 것이다.
4. 농경지
기후변화로 온난한 환경이 되자 일년생 풀을 이용해 농사를 시작 -> 가축화 시작
*농경과 함께 가속된 수렵과 채집은 마을이나 도시를 먹이기에는 비효율적. 문명을 번성하게 한 것은 바로 농경!
사람들은 기근에 시달리는데 수확량은 늘 모자라기만 하자 19세기 과학자들은 이용 가능한 귀중한 질소를 찾기 위해 더 먼 곳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남아메리카에 축적된 아타카마 사막과 근처 섬들의 건조한 기후에서 막대한 양의 구아노 — 새똥 — 에 주목하게 된다. 1909년 독일 화학자 프리츠 하베르가 질소를 식물이 흡수할 수 있는 형태인 용해성 암모니아로 바꾸는 방법을 발명했다. 그의 동료 카를 보슈는 그것을 산업 과정으로 키워 인공 비료의 시대가 탄생했다. 인공 비료 덕분에 농작물 생산이 증가하고 인구가 성장할 수 있었다. = 녹색혁명 (?)
수년 동안 세계의 식량 생산은 인구 증가 속도보다 빨리 증가했다. 하지만 인류세에 인류는 그 어느 때보다 배고프다.
적수 관개 : 심어놓은 곡식을 따라 묻혀 있는 검은 플라스틱 관들은 뿌리가 곧바로 흡수할 수 있도록 충분하면서도 정확한 양의 물을 각 식물의 밑동에 전달, 수확량을 증가시키는 한편 노동력을 줄이고 물을 보존하고 토양 염류화를 막는다.
18세기가 서구인들이 노예무역을 통해 아프리카인들을 훔쳐간 시대였고, 19세기와 20세기가 식민화와 불공정 무역을 통해 아프리카의 자원을 훔친 시대였다고 한다면, 21세기는 서구인들이 기후변화로 줄어든 강우와 증가한 증발에 의해 그리고 가장 비옥하고 비가 많이 내리는 지대들에 대한 직접적인 토지 수탈을 통해 아프리카로부터 물을 훔치는 시대가 될 것이다.
토양은 전 세계에서 바닥 나고 있다. 현재 전 세계 농경지의 약 80%가 얼마간 또는 심각하게 토질이 저하된 상태이고, 지난 40년 동안 경작지의 3분의 1이 버려졌다.
미국 국제개발기구와 세계은행의 기금으로 이룩한 아시아의 ‘녹색’ 농업 혁명은 아프리카를 그냥 지나쳤고, 아프리카에는 관개, 비료 사용, 기계화가 거의 전무하다. 그 결과 아프리카 대륙은 세계에서 가장 비효율적인 식량 생산지로 남아 있다.
비료 산업에 의해 매년 1억 T 이상의 질소가 대기에서 제거되고, 이것은 전 세계 사람들의 절반을 먹이는 데 도움이 된다. 문제는 이 질소의 작은 일부만이 식품으로 간다는 것이다. 나머지는 토양, 호수, 바다에 남아 조류를 대규모로 번성시키는 비료가 된다. 이렇게 불어난 조류는 유독하고 용존 산소를 소진하여 다른 종들을 질식시킨다.
세계 인구의 3분의 1이 건조 지대에 살고 있는데, 그런 지역들은 토지 황폐화로 식량 공급, 생물다양성, 수질, 토양 생산성이 감소하고 있다. 그래서 열과 가뭄에 내성을 가진 변종을 개발하는 것뿐 아니라 먹을거리가 다양하지 않은 개발도상국 세계에서 주식으로 먹는 작물의 영양분 함량을 개선하기 위한 시도가 서둘러 이루어지고 있다.
형질전환 : 한 종의 유용한 유전자를 다른 종에 집어넣는 기술
유전자 변형 작물은 현재 전 세계 농업의 단 10%를 차지하고 대부분이 식품보다는 연료로 쓰이지만, 굶주린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 잠재력이 크다. 대중의 불신에도 불구하고 유전자 조작 제품들이 별다른 건강상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는 것을 많은 연구들이 보여주고 있다.19 형질전환은 자연에서 광범하게 이루어지는 과정임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하지만 유전자 변형 식품이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농부들은 유전자 변형 작물을 기르든 재래식 작물을 기르든 종자, 관개 시설, 비료, 좋은 토양이 필요하다.
가족 크기를 줄이는 방법으로 사회공학은 경제성장만큼 효과적이지 않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미 진행 중인 인구구조 변화로 부유한 사회들은 점점 개발도상국에서 오는 이민자들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어질 것이고, 그 결과 인류세에는 전 세계 사람들이 빠르게 뒤섞일 것이다.
같은 무게의 단백질을 식물보다 고기에서 얻을 때 더 많은 땅, 물, 에너지가 사용되고 훨씬 더 많은 온실가스가 배출된다. 전 세계에서 작물의 단 62%가 사람들을 직접 먹이는 데 쓰이고, 3분의 1은 가축에게 돌아가고, 또 다른 3%는 생물 연료나 다른 목적에 쓰인다. -->곤충 식량, 합성 고기가 해법
5. 바다
바다는 화학·생물·물질적 쓰레기가 흘러드는 하수구가 되었다. 우리가 일으킨 오염은 바다의 산성화를 촉진하고 영양소의 농도를 바꾸었다. 바다는 수십억 명의 사람들에게 생계와 식량을 제공하며 지구에서 가장 큰 ‘숲’을 보유하고 있다. 바로 우리가 공기 중으로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를 청소하는 식물성 플랑크톤이다.
그보다 더 큰 걱정은 에너지 회사들이 서둘러 돈을 벌고자 연약한 해양 환경을 파괴할 것이라는 사실이다. 지금까지 에스키모인들과 고래 사냥꾼들만이 살던 장소에, 새로운 산업을 떠받치기 위해 이미 소도시와 큰 도시들까지 건설되고 있다.
인류는 식량 부족에 직면했을 때 항상 해왔던 방법대로 사냥에서 양식으로 이동했다. 하지만 산업적 규모의 양식은 문제(먹이로 제공되는 작은 물고기들의 남획, 오염)가 훨씬 많다.
7. 사바나
인류의 직립보행이 출현한 곳도 바로 아프리카 사바나였다. 현재 지구상의 사바나는 대부분이 농경지로 바뀌었거나 건물이 들어섰거나 국립공원으로 길들여졌다. 한때 전 세계의 사바나를 돌아다녔던 대형 야생 포유류들은 사냥당해 멸종했다. 그리고 그들이 살던 장소에 우리는 새로운 초식동물들을 창조했다. 현재 단 몇 가지 품종으로 개량된 가축화된 소들이 길들여진 사바나에서 풀을 뜯는다. 죽음은 굶주린 포식자의 아가리에서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등급별로 그리고 정기적으로 인간에 의해 진두지휘된다. 인류세에 진정한 야생은 존재하지 않는다. 인간은 더 이상 사냥하고 사냥당하는 두려움과 예측 불가성을 경험하지 않는다. 우리는 슈퍼 종이 되어 다른 모든 동물의 운명을 결정한다. 현재 우리는 전 지구적 규모의 대량 멸종을 일으킬 만큼 너무 많은 생물을 죽이고 있다. 이번에 맞게 될 대멸종은 지구 역사에서는 여섯째에 불과하지만 살아 있는 종이 초래한 최초의 대멸종이 될 것이다.
세렝게티국립공원은 1872년에 와이오밍에 건설된 세계 최초의 국립공원인 옐로스톤국립공원의 보존 전략인 ‘인간 이전의 자연으로 돌아가자’는 개념을 모델로 만들어졌다. 현대 인류가 훼손한 야생 지역을 태고의 상태로 되돌리자는 취지였다. 그 작업이 1950년대에 세렝게티국립공원에서 시작되었다. 그 새로운 보존주의자들이 가장 먼저 한 일 중 하나가 그곳에 있던 모든 사람들, 집과 가축들을 내쫓는 것이었다. 유럽인이 이곳의 풍부한 야생 생물을 발견하기 전 이 지역에서 200년 동안 동물들을 방목하고 사냥을 하며 살았던 1만 명의 마사이족은 국립공원 밖으로 나가야 했다.
가축이 먹어치우지 않은 싱그러운 풀로 뒤덮인, 세상 어디와도 비교할 수 없는 세렝게티를 보니 탄자니아 정부가 왜 유목민들을 내쫓고 멸종 위기 동물들에게 최고의 먹이를 제공하려고 하는지 조금은 이해가 갈 것도 같다. 하지만 서구인들이 ‘자연’ 또는 ‘자연적’이라고 인식하는 것과 인류세에 우리 세계가 처한 현실 사이에는 엄청난 문화적 괴리가 있다.
‘우리’ 대 ‘자연’이라는 개념이 철저히 오류인 것은 우리 역시 자연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왜 새의 둥지나 비버의 굴과 댐은 자연적인 것으로 간주되는 반면 인간의 집은 그렇지 않을까? 문명이 시작된 이래로 인간은 자연에서 멀어지는 것에 대해 걱정하면서도 자연에 가장 가까운 방식으로 살아가는 사회를 비웃거나 맹목적으로 숭배(오리엔탈리즘)했다. 인류세에 마지막 남은 ‘자연적’ 문화들이 멸종 위기에 직면한 지금, 인간은 단지 자연환경을 바꾸는 존재일 뿐 아니라 매우 다른 동물로서 이 행성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확실해진 것 같다.
인류의 장구한 역사에서 거의 모든 인간이 멸종할 뻔했던 시기가 몇 차례 있었다. 인류학자들은 그런 사건을 인간 집단이 대략 2,000명 수준으로 줄어드는 ‘병목’ 시기라고 부른다. 네안데르탈인 사촌들은 멸종했고 우리는 그 병모긍ㄹ 통과했다. 홀로세로 진입한 것이다. 하지만 인류가 광범하고 전 지구적인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것은 인류세에 들어와서이다. 현재 인간의 순전한 수, 확산 추세, 수집하고 있는 자연 자원의 규모는 전 세계의 홀로세 생태계가 지금까지는 경험한 적 없는 인류세의 새로운 상태로 넘어오고 있음을 뜻한다.
멸종은 사실 흔한 자연현상이다. 멸종 속도는 대개 새로운 종의 진화와 균형을 이룬다. 현재 인간이 유발하는 멸종은 진화가 따라잡을 수 없을 만큼 빠르게 일어나고 있다.
인류가 인류세의 생물다양성을 바꾸고 있는 가장 놀라운 방식 중 하나는 생태계를 균질화하는 것이다. 바노스키는 그 과정을 “자연의 맥도널드화”라고 묘사했다. 인류는 지금까지 독자적으로 존재해왔던 생태계에 계획적으로 또는 우연히 종을 도입하고 퍼뜨림으로써 지각판 운동 규모의 종 이주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하지만 자연 세계와 인간 세계의 상충하는 요구들 사이에서 타협점을 찾을 때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사실은, 살아 있는 세계는 단 하나뿐이라는 것이다.
8. 숲
숲은 지역과 세계의 기후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전 세계의 숲은 광합성을 통해 매년 88억 T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데, 이것은 인류가 배출하는 온실가스 총량의 약 3분의 1에 해당한다. 숲은 기후를 만드는 것을 돕지만, 한편으로 기후에 매우 민감하다. 그리고 숲이 축소될수록 회복력은 줄어든다. 나무들을 쳐내면 그 틈으로 햇빛이 들어가서 흙이 마른다. 가뭄은 숲의 정교한 물 순환을 엉망으로 만든다. 그 결과 나무들이 죽기 시작하고, 생태계 전체가 열대우림에서 풀이 지배하는 사바나로 바뀔 수 있다. 삼림을 벌목할 때 흙과 부패하는 식물 물질로부터 이산화탄소가 방출되는데, 이 과정은 모든 이산화탄소 배출의 약 20%를 차지한다. 전 세계에서 사라지는 숲의 70% 이상이 농업 때문이다.
한때 지구를 덮고 있던 숲의 약 절반이 인간 때문에 이미 사라졌고 지금도 매년 16만 km2씩 사라지고 있다. 과학자들은 광대한 열대 아마존이 몇 십 년 내에 사바나로 바뀌고 이어서 사막으로 바뀔 것이라고 우려한다. 숲의 빈터는 바쁘게 돌아가는 불법 목재 항구의 존재를 드러냈다.
뜨겁고 축축한 기후를 가진 열대우림은 지구상에서 가장 풍요로운 육상 생태계로 전 세계 식물과 동물의 절반 이상이 산다. 총 생물량은 다른 모든 육상 생태계의 생물량을 합친 것보다 50%가 많다. 오랑우탄처럼 열대우림에만 존재하는 동물들의 대다수가 훼손되지 않은 1차 삼림에서만 생존할 수 있거나 넓은 면적의 훼손되지 않은 숲을 필요로 한다. 따라서 이런 종들은 태고의 숲으로 촉수처럼 파고드는 인류, 경작지를 위해 숲을 야금야금 베어내는 행위, 도로 건설에 뒤따라 퍼져 나가는 오염, 소음, 산림 파괴와 양립할 수 없다. 마디디에서 그런 넓은 면적의 숲을 보호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인류세에 문명과 접촉하지 않은 사람들을 착취하는 최후의 사람들은 관광 가이드들이다.
도로 건설은 삼림 파괴를 추동하는 주요 원인이다. 도로가 생기면 상인들이 태고의 숲에 들어올 수 있게 되고, 모든 삼림 파괴의 95%가 도로에서 25km 이내에서 일어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수많은 녹색식물의 광합성 활동은 전 세계 산소의 20% 이상을 생산하고, 인류가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를 한 해에 약 15억 T씩 흡수한다. 아마존을 지구의 허파라고 부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오염 유발국들은 우림 국가들이 아마존을 석유 시추 용도로 파괴하지 않고 그대로 두는 대가로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또 숲의 파괴로 부패가 이루어질 경우 부패와 호흡을 반복하는 나무들은 산소를 사용하고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킨다.
인간이 매년 배출하는 이산화탄소 양의 최대 20%가 열대의 삼림 파괴 때문이고, 따라서 국가들은 REDD (Reducing Emissions from Deforestation and Forest Degradation, 삼림 파괴와 숲의 질 저하에서 비롯된 배출가스 줄이기)라고 하는 숲 보호 방법을 제안했다. 선진국이 열대 국가들에게 그들의 숲을 보존하는 대가로 비용을 지불함으로써 자신들의 국제 배출가스 감소 의무량을 일부 충당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애스너는 소규모 벌목의 축적이 그보다 명백한 대규모 삼림 파괴보다 20배 큰 족적을 남긴다는 사실을 밝혔다.15 그는 심지어 이른바 지속 가능한 벌목 관행(예컨대 수익성이 높은 한두 그루의 경재를 베고 나머지는 그대로 남겨두는 선택적 벌목)들조차 숲에 엄청나게 해롭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부유한 나라들은 대개 자국의 숲을 보호하고 회복시키기 시작하는 한편 다른 지역의 숲을 더 많이 요구한다.
9. 암석
홀로세는 비교적 안정된 지질시대이다. 대륙들은 움직이지 않았지만 인간이 지질에 영향을 미치는 새로운 행위자로 떠올랐다. 우리는 도구와 건축 재료를 얻기 위해 암석을 깎고 수집했으며, 금속과 연료를 얻기 위해 땅을 팠다. 우리는 철과 주속 같은 유용한 금속을 귀하게 여기면서도, 쓸 데 없는 금속에 더 큰 가치를 부여했고, 이들의 가치는 제국과 전쟁의 원인이 되었다. 우리가 제조하는 모든 것, 그리고 우리가 그렇게 하기 위해 사용하는 에너지는 우리가 캐낸 광물질로 만들어진다. 산업혁명은 지하에 파묻혀 있던 화석 물질들에 힘입어 일어났고, 뒤따른 거대한 사회 변화들은 지구의 암반에서 나오는 원재료들에 대한 욕망을 부추겼다. 대량생산, 자유 시장 자본주의, 소비주의, 기술혁명, 세계화는 20세기 중반 이래로 광물에 대한 수요를 극적으로 늘린 요인이었다. 많은 경우 수요가 지구의 공급을 앞지르고, 몇몇 금속은 더 이상 구할 수 없거나 점점 희귀해지고 있다.
하지만 채광과 채굴의 규모에서 진정으로 전 지구적 혁명이 일어난 것은 지난 60년 동안이다. ‘거대한 가속(Great Acceleration)’이라 일컬어지는, 인구 팽창, 세계화, 기술 통신 발전, 개선된 농법과 의학의 진보가 추동한 인간 활동의 급격한 증가에 비견할 만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거대한 가속의 시대에 광물질의 사용이 급증한 증거를 우리는 이산화탄소 배출에서부터 물 사용, 자동차의 수, 오존층 파괴, 산림 벌채, GDP, 소비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에서 목격할 수 있다. 새로운 물질에 대한 우리의 채워지지 않는 욕망은 갈수록 증가하고, 이에 따라 우리는 지구 구조의 점점 더 많은 부분을 헤집어 그것을 지표면 여기저기로 확산시키고 있다.
계획적 진부화(planned obsolescence)라는 것을 정치인과 경제학자들은 경제적으로 불가피한 일이라고 미는다. 그 개념이 탄생한 것은 1930년대 미국의 대공황 시절, 경제를 부흥시키고 고용을 창출하기 위한 방편이었다. 1950년대에 정교한 광고 산업과 손쉬운 신용거래로 소비주의가 탄생하게 된다. 패션 산업은 계획적 진부화를 바탕으로 돌아가고, 다른 산업들도 이런 식의 높은 회전율 모델에 따라 겉치장으로서나 계절적인 매력은 있지만 금방 유행에 뒤처질 제품들을 생산하고 있다. 한편 많은 제품들이 고장 나도록, 또는 수리나 업그레이드가 어렵도록 설계되어 있다.
일체형 고속원자로(integral fast reactor) 는 기존의 핵폐기물(플루토늄)을 원료로 사용하고 토륨 원자로를 이용. 토륨 원자로는 폐기물을 적게 생산하고 우라늄으로 인한 핵 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는 고삐 풀린 연쇄 반응이 일어날 수 없다. 현재 인도, 중국, 러시아, 프랑스, 미국이 모두 이 기술을 추진하고 있다. 핵분열 반응에 내재하는 위험 없이 원자력 에너지의 막대한 힘을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은 핵융합이다. 핵융합은 자기 영속적이지 않아서 물질을 끊임없이 투입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반응이 금방 끝나버리므로 훨씬 안전하다.
중국의 석탄 소비는 2000년 이래로 세 배 증가했다. 게다가 대부분 품질이 낮은 더러운 연료이고, 중국이 그 검은 물질을 교통 연료로도 사용하고 있다는 걱정스러운 징후들이 있다. 네이멍구자치구의 도시 어얼둬쓰는 석탄을 디젤유로 전환하는 세계 최대의 공장을 가지고 있다. 그 시설은 겉보기에는 IGCC 발전소처럼 깨끗하고 오염을 유발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다른 어떤 발전소보다 환경에 치명적이다. 디젤유를 생산하기 위해 석탄 속의 탄화수소를 분해하는 과정은 석유를 사용하는 것보다 두 배 많은 이산화탄소를 유발하고 엄청난 양의 물을 필요로 한다.
인류세에 인류가 화석 연료에 대한 새로운 저탄소 대안 에너지를 추구한다는 것은 곧 열, 전등, 교통의 전기화를 의미한다.
10. 도시
우리가 아는 최초의 도시는 약 6,000년 전 메소포타미아의 비옥한 하곡에서 수메르인들에 의해 건설되었다. 메소포타미아의 우르, 바빌론, 니네베 같은 전설의 도시에서 최초의 문자, 관개농업, 수도관과 하수도가 생겼고 직업 군인들로 조직된 최초의 상비군이 출현했다. 인간 사회를 포괄적으로 묘사하는 표현인 문명은 도시들과 함께 생겨났다. 일단 비교적 적은 수의 노동자들에 의해 먹을거리가 충족되면, 사회의 일정 비율은 충분한 하루 열량을 획득하는 것 외에 다른 일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교사나 기술자가 될 수 있었다. 이런 최초의 도시에서 가능해진 노동 분업 덕분에 사상 — 인간에서만 볼 수 있는 예술, 과학, 정치·사회철학 그리고 생활 방식의 혁신 — 이 꽃을 피울 수 있었다. 도시 덕분에 이런 사상이 사람들 사이로 빠르게 퍼져 나갔고, 상품과 생각을 교환하기 위해 여행하는 사람들을 따라 다른 도시로 퍼져 나갈 수 있었다
우리는 호모 우르바누스(Homo urbanus) 즉 더 빨리 사고하고 더 적극적으로 반응하고 유전적으로 더 다양한, 과거와는 다른 창조물이 되었다.
- 위용 : 위엄찬 모습이나 모양
- 크라우드소싱 : 일반 대중이나 아마추어들의 노동력, 제품, 콘텐츠 등 사회 자원을 활용하는 것
- 스마트 그리드(smart grid) : 전기의 생산, 운반, 소비 과정에 정보통신기술을 접목하여 공급자와 소비자가 서로 상호작용함으로써 효율성을 높인 지능형 전력망시스템
- 압전 : 압박을 통해 전기가 생산되는(?)
- 산적한 : 겹겹이 쌓아 올린(?)
- 통감하다 : 앞일을 훤히 내다보다
- 패인 : 싸움이나 경기에서 진 원인
- 구가하다 : 여러 사람이 입을 모아 얘기하다
- 건사 : (물건을) 책임 있게 간수하는 것, (무엇을) 맡아서 다루는 것, (사람이나 생물을) 돌보아 다스리거나 가꾸는 것.
- 이랑 : "갈아 놓은 밭의 한 두둑과 한 고랑을 아울러 이르는 말"이라고 되어 있다
- 도외시 :
- 기동성 : 상황에 따라 재빠르게 변화하거나 움직이는 습성
- 설파 : 어떤 내용을 듣는 사람이 납득하도록 분명하게 드러내어 말하다.
- 자행 : 스스로 행함.
- 벽두 : '여러 개로 쪼갠 조각의 첫머리'라는 뜻입니다. 주로 시간적인 개념으로 쓰는 말이지만 일이나 문장에서도 쓰이는 말
- 연무
- 목질 식물
- 몰벌
- 상흔
- 화전 : 전통 농법, 숲을 쳐내고 태워서 농경지를 만드는 매우 파괴적인 방법
- 기뢰
- 패인
- 월권 행위
- 병입
- 용처
- 추동
- 용융
- 융단(폭격)
- 수역
- 중론
- 유정
- 저인망
- 영세
- 선단
- 용존
- 정주 농업 : 정착해 살면서 농업을 하는 것?
- 그리드 패리티(grid-parity)’(생산한 전기의 비용이 화석 연료를 사용해 생산한 전기의 비용과 같아지는 지점)
- 수관 : 수목의 가지나 잎이 무성한 부분
- 운무림 : 습기가 많은 열대 지방의 삼림
- 동정 : 생물의 분류학상의 소속이나 명칭을 바르게 정하는 일
- 토식 : 흙을 먹는 습성
- 경재
- 전방위적
- 조림 산림
- 집진
- 규폐증 : 규산 성분이 있는 돌가루가 폐에 쌓여 생기는 질환이다. 광부, 석공, 도공, 돌 따위의 연마공 등에서 주로 볼 수 있는 직업병
- 광상 :
- 각출 : 각각 내놓음, 한 가지 목적을 위해 여러 명이 돈을 나누어 냄
- 추동 : 물체에 힘을 가하여 앞으로 나아가게 하거나 움직이게 하다
- 역청 : 천연산(天然産)의 탄화수소 화합물의 총칭. 고체의 아스팔트, 액체의 석유, 기체의 천연 가스 등을 말함.